Light

사진은 빛의 예술, 또는 빛의 언어라고도 한다. 빛은 오래전부터 예술가들에게 연구의 대상이자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현대에서도 빛은 다양하게 활용되고,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감정을 주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어느날 문득 우연한 호기심에 촬영한 사진은 굉장히 신비로웠다. 다중으로 겹쳐진 조명 빛의 동심원들과 여러겹으로 흩어져 윤곽만 남겨진 풍경의 조화는 절묘한 회화적인 연출을 보여주었다. 규칙적인 빛의 동심원은 구성적이면서 최면을 거는듯한 집중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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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k adaptation

어둠은 새로운 지각의 시작이다!

어렸을 적, 잠들기 전 어두운 방 안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곤 했다. 불이 꺼진 방 안에서 천장의 베니어 합판 무늬는 선명한 형태가 아닌 희미한 흑백의 이미지로 다가왔다. 노이즈가 낀 사진처럼 보이던 그 무늬들은 때로는 사람의 얼굴이 되기도 하고, 동물이나 알 수 없는 형상으로 변하기도 했다. 그 경험은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기억된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의 그림을 어른들이 모자로 오해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같은 형상을 보면서도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경험과 기억을 통해 서로 다른 대상을 인식한다. 우리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이미 알고 있는 형태와 기억을 통해 세계를 해석한다.

이 작업은 암순응 상태에서 경험하는 불완전한 시각과 그로부터 발생하는 인식의 과정을 다룬다. 어둠 속에서 색채는 사라지고 사물은 희미한 윤곽만을 남긴다. 촬영은 이러한 환경을 재현하기 위해 고감도 흑백 촬영을 사용하였으며, 화면에 발생하는 노이즈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였다. 또한 유사한 형태의 물체를 중첩하거나 방향과 시점을 변화시켜 명확한 식별을 어렵게 만들었다. 같은 대상이라도,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형상으로 인식될 수 있으며, 이러한 시각적 불확실성은 암순응 상태에서 더욱 증폭된다.

사진 속 형상들은 어린왕자의 보아뱀 그림처럼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관람자는 희미한 단서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기억과 경험을 호출하며 대상을 구성하게 된다. 어둠 속에서 보이는 것은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사물을 해석하려는 인간의 인식 작용 그 자체이다.

이 작업에서 어둠은 빛의 부재가 아니라 새로운 지각이 시작되는 공간이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더 적극적으로 기억하고 상상하며 해석한다. 어둠은 세계를 감추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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